살아있는 관계 Living Relation, Namsan Dulegil, Seoul

살아 있는 관계
Living Relation
김목인 Mokin Kim
무니페리 Mooni Perry
임창곤 Changkon Lim
2022.7.30.
15:00 - 20:00
남산 둘레길
Namsan Dulegil
기획 이상엽
Curated by Sangyeop Rhii
그래픽 & 맵 디자인 리센트워크
Graphic & Map design by RecentWork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Supported by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SFAC

≪살아 있는 관계 Living Relation - 여름 Summer≫의 주제는 ‘여름 영’이다. 여기에서 ‘영’은 영혼 또는 정신을 뜻하는 ‘spirit’을 가리킨다. 여름 숲에서 열리는 전시는 물리적으로 감지·감각되는 ‘살아 있고 잘 보이는 무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아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만나도록, 여름의 시간과 숲의 공간에 기대어 그 틈을 더 벌려보기로 한다. 여름 숲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또 거닐어 본 적이 있는가? 여름 숲은 덥고 습하며, 무성하게 자란 잎과 숲에 거하는 수많은 존재들의 소리와 이미지로 가득 들어 차 있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온몸 가득 땀이 맺힌다. 가뿐하게 걸어지지 않고 축축 처진다. 몸에 열기가 일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여름 기운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진다.
잘 안 보이는 존재를 만나는 데는 상황과 조건의 극적인 변화가 도움이 된다. 열기 가득한 여름 숲에서의 산책이 바로 전시에 드리운 상황과 조건이다. 의식이 또렷하지 않을 때, 정신이 몽롱할 때, 자신을 반쯤 내려놓으면 타자와의 만남이 쉬워진다. 자신의 어딘가에 틈이 열리기 때문에 그 통로로 다른 존재들이 틈입하고, 자신도 그 틈을 타고 몸을 한 번 벗어나 본다. 여름에 자주 벌어지는 일들, 여름 특정적 경험들을 한 번 떠올려 보라. 여름 성경학교, 한여름 밤의 꿈, 납량특집… 여름의 계절감과 영적 만남, 환상, 꿈 등이 맞붙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편 전시는 낮과 밤이 교차하는 해가 저무는 시간을 껴안고, 또 그 시간에 껴안겨서 열린다. 낮과 밤이 손 잡는 시간에, 몸과 영이 딱 붙어 있지 않고 느슨해지는 순간에, 불볕더위에 바람 한 점 불어오는 그 찰나의 시원함 속에서, 극과 극이 만나며 어딘가로 후루룩 빨려 든다. 당신을 겁주고 오싹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그저 만남의 자리를 넓혀보는 것. 그 만남을 잇는 또 하나의 고리이자 통로로 여름 숲 한가운데서 세 작가의 작업이 보이고 또 들린다.